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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영화 리뷰

우리가 불안함을 느끼는 이유 - 알랭드 보통 『불안』

by 잔세폴 2018.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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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7 - [책리뷰] - 불안을 해소하는 방법 - 알랭드 보통 『불안』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는 언제든 불안할 준비가 되어있다.

오늘 불안한 삶을 살지 않았다고 앞으로도 불안하지 않은 삶을 살 수 있다고 보장받을 수 있을까?

평생을 감정의 불편함 없이 살 수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행복한 일이 계속되면 안 좋은 일이 언제 닥칠지 몰라 불안해하는게 우리다.


슬프지만 우리는 평생 불안한 감정을 느끼고 살아갈 것이다. 왜 우리는 불안함을 느낄까? 

불안한 감정은 어디서부터 오는 것이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엇인가?

만약 해결책 조차 없다면 불안 또한 내 삶의 일부분임을 인정하고 살아야하는 것일까?


여기 개인의 불안감을 사회 구조적 맥락에서 해석한 책알랭드 보통(Alain de Botton)의 『불안』이 있다.

다소 진보주의적 관점을 취하기도 하지만, 사회의 발전 과정과 궤를 같이하며 '지위'가 어떻게 불안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지 잘 설명해준다.


책의 구성은 간단하다. 불안의 원인과 해법.

불안함의 원인 다섯가지를 사랑결핍,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으로 규정하고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철학, 예술, 정치, 기독교, 보헤미아를 제안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가 불안한 이유는 '지위' 때문이다. 지위를 얻어야 한다는 사회의 통념, 지위를 잃을 수도 있다는 개인의 초조함.


모든 불안은 '지위'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불안'을 논의하기에 앞서 '지위(status)'에 대한 개념을 정의해보자




지위(status)란 무엇인가



  • 사회에서 사람이 차지하는 위치
  • 좁은 의미에서 이 말은 한 집단 내의 법적 또는 직업적 신분을 가리킨다(기혼자, 중위 등). 그러나 더 넓은 의미에서는 세상의 눈으로 본 사람의 가치나 중요성을 가리키며, 이 책에서는 이 의미가 더 중요하다.
  • 높은 지위를 부여받는 집단은 사회마다 각양각색이었다. 그러다가 서양에서는 1776년 이후 경제적 성취와 관련하여 지위가 부여되기 시작했다.
  • 높은 지위는 즐거운 결과를 낳는다. 이 결과에는 자원, 자유, 공간, 안락, 시간이 포함되며 남들에게 먼저 배려받고 귀중하게 여겨진다는 느낌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런 느낌은 다른 사람들의 초대, 아첨, 웃음, 경의, 관심을 통해 당사자에게 전달된다.
  • 높은 지위를 세상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으로 꼽는 사람들도 많다(그러나 내놓고 인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위'의 개념이 명확하게 이해 되었다면, 지위에 기반한 어떤 요소들이 우리에게 불안한 감정을 일으키는지 더욱 명쾌히 이해될 것이다.

자, 그럼 '불안'의 원인 다섯가지를 차근차근 알아보자!




불안의 원인은 무엇인가


(1) 사랑결핍



우리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사랑을 갈구하는 존재로 태어났다. 사랑받고자 하는 욕구는 전 인류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것이다.

여기서의 사랑은 남녀 간의 뜨거운 육체적, 정신적 사랑만을 의미하는 협소한 정의의 사랑이 아닌, 인류애적 사랑인 광의의 개념을 의미한다.


사랑 받는 다는 것은 인정받는다는 것과 동일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다른 말로 하면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고 인정받지 못할 때 우리는 불안에 휩싸인다는 것이다.



<무시 당할 때와 사랑받을 때, 우리가 자각하는 스스로의 이미지는 달라진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태도와 관점에 따라 자신의 이미지를 결정한다. 

위 표에서와 같이 다른 사람이 나의 존재를 인정해주지 않고 무시하면서 '너는 실패자고, 중요하지 않고, 우둔하다'고 말한다면 

자신의 여러 이미지 중 부정적인 이미지(망신거리, 이름없는 사람, 바보)를 상위에 두고 자신을 해석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괴롭고 불안하다. 

사랑의 결핍은 나라는 존재를 스스로 부정하게 만드는 괴로움을 낳게 하기 때문이다.



 ※ 책 속의 주요 문구(꼭 읽어보세요! 본문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훨씬 많은 도움이 됩니다^^)

  • 다른 사람들의 관심이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우리가 날 때부터 자신의 가치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괴로워할 운명을 타고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결과 다른 사람이 우리를 바라보는 방식이 우리가 스스로를 바라보는 방식을 결정하게 된다.
  •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느낌은 함께 사는 사람들의 판단에 좌우된다.
  • 무시를 당하면 속에 똬리를 틀고 있던 자신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고개를 쳐들며, 미소나 칭찬과 마주치면 어느새 역전이 이루어진다. 혹시 남의 애정 덕분에 우리 자신을 견디고 사는 것은 아닐까?




2) 속물근성




지위가 높은 사람들은 낮은 사람에 비해 똑똑하고 능력있으며 도전적이고 도덕성이 있을 것 같은 이미지이다.

(물론 요즘 높은 사람들의 행태를 보면 부정부패가 만연하지만...^^)


일반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을 만날 때면 나도 모르게 깍듯해지고, 저 사람말이 전부 맞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하지만 과연 지위가 높다고 해서 절대적 선을 가지고 있을까? 왜 사람들은 지위가 높은 사람들의 말을 맹신하는 자세를 갖게 된 것일까?


자본주의가 형성되고 시민사회가 성립되는 17-18세기 이후인 근대에 들어서면서 속물 근성이 사회에 만연해졌고

속물 근성을 지닌 자들은 사회적 지위인간의 가치를 동일시 여기기 시작했다.

지위가 높은 사람들은 나름이 이유때문에 지위가 높아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높은 지위는 그 사람의 도덕적 가치, 인간적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가 된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사회적 지위를 잃는 것이 나의 전부를 잃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인 이들의 공포심 때문에 더욱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즉, '지위=나의 가치'라는 인식때문에 높은 지위에 올라가지 못하면 안된다는 두려움과 불안감이 우리의 몸을 휘감은 것이다.


  

 ※ 책 속의 주요 문구(꼭 읽어보세요! 본문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훨씬 많은 도움이 됩니다^^)

  • 어렸을 때는 우리가 무슨 일을 하든 아무도 크게 마음을 쓰지 않으며 그냥 존재하는 것만으로 무조건적인 애정을 얻을 수 있다. 그래도 귀중한 존재가 될 수 있다.

  • 속물 근성(snobbery)이라는 말은 근대에 와서 상대방에게 높은 지위가 없으면 불쾌해하는 사람을 가르킨다.

  • 속물의 독특한 특징은 단순이 차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지위와 인간의 가치를 똑같이 본다는 것이다.

  • 우리의 자질을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표지로 제시하지 못한다면 우리 존재는 그들에게 전혀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 자신의 자리에 확신을 가지는 사람은 남들을 경시하는 것을 소일거리로 삼지 않는다.

  • 오만 뒤에는 공포가 숨어 있다괴로운 열등감에 시달리는 사람만이 남에게 당신은 나를 상대할 만한 인물이 못 된다는 느낌을 심어주려고 기를 쓴다

  • 두려움은 세대를 따라 전해진다나이든 세대는 낮은 계급에 속하는 것이 곧 재앙이라는 자신의 고정 관념을 젊은 세대에게 물려준다자신의 후손이 낮은 지위가 곧 무가치한 존재로 연결되지는 않고 또 높은 지위가 곧 훌륭한 존재로 연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내적인 평안을 얻을 수 있는 감정적 토대를 박탈해버리는 것이다

  • 사치품의 역사는 탐욕의 이야기라기보다는 감정적 상처의 기록으로 읽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 어른이 된다는 것은 냉담한 인물들속물들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우리 자리를 차지한다는 의미이다.




(3) 기대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물질적으로 상당히 풍요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고, 가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게 되었다.

하지만 소유한다는 것은 상대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 보다 더' 소유해야 소유로부터 오는 정신적인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조금 더 쉽게 이야기하자면  '상대적으로' 소유하지 못한 우리는 기대가 커질수록 불안해질 수 밖에 없다.

이 뿐인가? 노력만 하면 높은 지위에 올라갈 수 있고 그에 따라 부를 성취할 수 있다는 기대는 이론일 뿐이다

이러한 기대는 높은 곳에 오를 수 없다는 박탈감 만을 낳게 된다


사회의 물질적 진보는 필연적으로 현대인의 불안을 야기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 책 속의 주요 문구(꼭 읽어보세요! 본문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훨씬 많은 도움이 됩니다^^)

  • 백화점은 예전에는 왕가에서나 볼 수 있었던 물자를 보통 사람들에게 제공했다.
  • 20세기 새로운 영국에서는 보통사람들이 처음으로 과거의 주인님과 마님만큼 잘 살게 되었다.
  • 프랭클린 D. 루즈벨트는 미국 사회의 장점을 소비에트에 가르쳐주려면 무슨 책을 주는 것이 좋겠느냐는 질문을 받자 시어스 백화점의 카탈로그를 가리켰다.
  • 실제적 궁핍은 급격하게 줄어들었지만, 역설적이게도 궁핍과 궁핍에 대한 공포는 사라지지 않았고 외려 늘어나기까지 했다.
  • 우리가 현재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일 수도 있다는 느낌 -우리가 동등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우리보다 나은 모습을 보일 때 받는 그 느낌이야말로 불안과 울화의 원천이다.
  • 우리가 매일 마주치는 수많은 불평등을 고려할 때 질투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우리가 모두를 질투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 가장 견디기 힘든 성공은 가까운 친구들의 성공이다.
  • 민주주의는 기대를 가로막는 모든 장벽을 철거해버렸다.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은 물질적 평등을 성취할 수단이 없는데도 이론적으로는 평등하다고 느꼈다.
  • 그러나 예외가 규칙이 될 수는 없다.
  • 자아에 더해지는 모든 것은 자랑거리일 뿐만 아니라 부담이기도 하다.
  • 이 사회는 요구를 잔뜩 늘여놓는 바람에 적절한 자존심을 얻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 우리는 조상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기대한다. 그 대가는 우리가 현재의 모습과 달라질 수 있는데도 실제로는 달라지지 못하는 데서 오는 끊임없는 불안이다.



(4) 능력주의



세습에 의한 신분제는 폐지되고 개인의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높은 지위에 올라갈 수 있는 '능력주의' 사회가 되었다.

"능력에 따른 지위부여" 언뜻 보기에는 좋은 방향으로의 발전인 것처럼 보이지만 

능력주의 사회가 도래하면서 지위에 도덕적 의미가 부여되기 시작하였다. 


즉 지위가 낮아 가난한 자는 능력도 없고, 어리석고, 유능하지 못 할 뿐만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바르지 못한 사람이 되어 버린 것이다

마음껏 능력을 보여주면 높은 지위에 올라갈 수 있는데, 그러지 못 했다는 것은 어딘가에 '결함'이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지위가 낮음에 따라 부여되는 각종 부정적 수식어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불안감은 더욱 더 강화되었다.

나의 지위와 직업은 나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도구가 되었다. 

이것이 능력주의 사회의 맨 얼굴이며, 능력주의 사회에서 더욱 불안에 떨게 된 이유다.



 ※ 책 속의 주요 문구(꼭 읽어보세요! 본문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훨씬 많은 도움이 됩니다^^)

  • 실패에 관한 유용한 옛이야기 세 가지

- 가난은 가난한 사람들 책임이 아니며 가난한 사람은 사회에서 가장 쓸모가 크다

- 낮은 지위에 도덕적 의미는 없다.

- 부자는 죄가 많고 부패했으며 가난한 사람들을 강탈하여 부를 쌓았다.

  • 불안을 일으키는 새로운 성공 이야기 세 가지

- 빈자가 아니라 부자가 쓸모 있다.

- 지위에는 도덕적 의미가 있다.

- 가난한 사람들은 죄가 많고 부패했으며 어리석음 때문에 가난한 것이다.

  • 능력주의 사회에서는 이제 부가 품성의 온당한 지표로 여겨질 수도 있다
  • 능력주의 시대를 맞아 낮은 지위는 이제 안타까운 것이 아니라, 그래 마땅한 것처럼 보이게 되었다.
  • 훌륭하고, 똑똑하고, 유능한데도 왜 여전히 가난한가 하는 문제는 새로운 능력주의 시대에 성공을 거두지 못한 사람들이 답을 해야 하는 더 모질고 괴로운 문제가 되었다.
  • 능력주의 체제에서는 가난이라는 고통에 수치라는 모욕까지 더해진다.



(5) 불확실성





위에서 언급한 불안의 원인(사랑결핍속물근성기대능력주의)과 지금 이야기할 불안의 원인은 그 성질이 조금 다르다.

위의 4가지는 높은 지위에 올라가서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아야만 한다는 데서 오는 불안이었다.

마지막으로 언급할 불안의 원인은 '지위를 잃을 수도 있다'는 데서 오는 불안감이다.


지위는 그 자체로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

한번 지위를 얻는다고 그 지위가 영원불변의 속성을 지닌 채 우리 곁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통제할 수 없는 어떤 요소들때문에 언제든 우리 곁을 떠날 수 있는 것이다.


높은 지위에 올랐다고 해도 우리의 재능, 운에 따라 지위를 잃게 될 수도 있고 고용주가 어떤 이유에서 우리를 해고한다면 지위는 순식간에 없어질 수 있다.

또한 경제적 환경은 통제할 수 없고 불확실하다. 모든 지위는 경제적 성과에 그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경제적 환경에 의해 지위를 언제든 잃어버릴 상황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있다.


이게 지위에서 오는 불안의 핵심이다. 지위는 소유해도, 소유하지 못해도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책 속의 주요 문구(꼭 읽어보세요! 본문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훨씬 많은 도움이 됩니다^^)

  • 경제의 특성 때문에 지위를 얻으려는 노력은 그 결과가 불확실할 수밖에 없다: 
  • 불안은 현대 야망의 하녀다
  • 생계를 유지하고 남들로부터 존경을 받으려면 적어도 다섯 가지 예측 불가능한 요인 -변덕스러운 재능, 운, 고용주, 고용주의 이익, 세계경제- 이 뜻대로 따라주어야 한다.
  • 세상은 장점 자체보다는 장점의 표시에 보답을 하는 경우가 더 많다 by 라로슈푸코
  • 우리가 실패에 대한 생각 때문에 괴로워하는 것은 성공을 해야만 세상이 우리에게 호의를 보여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 피고용자들에게 지급되는 임금은 바퀴가 계속 굴러가게 하기 위해 치는 기름과 같다. 노동의 진정한 목적은 이제 인간이 아니라 돈이다.
  • 일을 기준으로 남들이 우리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수준이 결정된다. 무슨 일을 하느냐하는 질문에 우리가 어떤 대답을 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은 우리를 대접하는 방식을 결정한다.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요소가 5가지나 있다니!

게다가 '지위'의 불확실한 특성으로 인해 불안의 감정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는 부분은 슬프기까지 하다.


불안의 원인만 주구장창 나열했다면, 지금까지 스테디셀러로 사랑받지는 못했을 것이다.

원인을 밝히고 그에 대한 해법은 알아서 하라며 내팽겨치는 것만큼이나 무책임한 경우가 있을까?


그렇다. 이 책에는 서문에 언급한 바와 같이 불안의 해법도 제시하고 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불안의 해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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