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유전자와 부모의 책임에 달려 있을까?
주디스 리치 해리스는 우리 사회의 가장 견고한 믿음인 '양육의 힘'에 의문을 던진다.
양육가설(the nurture assumption)
아이의 발달에 있어 유전적 요인을 제외한다면
부모가 아이들을 기르는 방식이 아이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가설
부모가 아이를 양육하는 모든 방식이 아이가 태어나서 성인이 될 때까지의
성격, 태도, 가치관 등에 철저히 영향을 미친다는 가설이자 이론이다.
책의 저자인 주디스 리치 해리스는 양육가설을 전면으로 반박하며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양육이 아닌 "아이 주변의 환경"이라고 주장한다.
아이를 기르는 것, 육아에는 기본적으로 두가지 관점이 존재한다.
'유전적 영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관점과 유전보다 '환경적 영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관점이다.
<육아의 관점>
본성 |
양육 |
부모-자녀효과(parent-to-child) |
자녀-부모효과(child-to-parent) |
행동유전학 :유전을 신봉하거나 선천적으로 물려받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는 학문 |
발달심리학 :후천적 경험으로 습득한 것에 관심을 갖는 학문 |
아이가 비뚤어진 행동을 하기 때문에 혼내는 것일까, 혼내기 때문에 아이가 비뚤어진 행동을 하는 것일까?
지금까지 우리는 아이가 비뚤어진 행동을 하기 때문에 부모가 아이를 혼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보자.
그 둘째 아이만 혼냈기 때문에 둘째가 점점 더 비뚤어진 행동을 했던 것은 아닐까?
즉 아이가 비뚤어진 행동을 했던 이유는 선천적인 성격(유전)이 그렇기 때문이 아니라
부모가 혼내는 환경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주디스는 아이의 모든 행동이 이와 같이 해석한다.
유전과 환경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아이를 성인이 될 때까지 실험할 수 없다.
이런 저런 윤리적 이유로 대부분의 발달심리학에 관한 실험은 일란성 쌍둥이, 이란썽 쌍둥이를 대상으로 한다.
이 책 역시 다양한 쌍둥이 사례를 소개하며 유전과 환경 간의 관계를 밝히고 있다.
주디스의 또 하나의 두드러진 관점은 '또래의 영향'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집 밖에서의 행동을 결정짓는 요인은 과연 무엇일까?
아이들이 남은 평생을 살게 될 곳은 부모가 있는 집 안이 아닌 또래가 있는 집 밖의 세계다
집 안에서의 아이들과 집 밖에서의 아이들은 행동이 다르다.
부모 앞에서는 공부만 하던 모범생 아이가 또래들과 함께 있으면 마구 비속어와 욕설을 한다.
그 아이가 잘못되었기 때문일까?
아니다.
아이는 고상하고 얌전한 부모의 영향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세상을 끝장 내려는 마음을 가진 또래들의 영향도 받았을 것이다다.
주디스는 또래들의 영향에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인다.
아이와 부모는 단순히 유전자만 공유하는 사이가 이니다.
그들은 같은 마을에 살고 같은 이웃을 만나며 그곳에는 인종과 사회 경제적 계층이 같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
학부모들이 무리해서라도 강남 8학군에 가려는 이유로 설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곳에 가면 공부를 열심히 하는 또래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주디스는 양육가설을 반박하는 이 책을 통해 양육에 대한 부모의 압박감과 죄책감을 덜 수 있도록 위로하고 있다.
아이의 모든 잘못된 행동과 태도를 부모의 탓으로 돌리는 우리 사회에서,
부모가 모든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화두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양육가설>은 육아에 대한 균형잡힌 사고를 할 수 있게 도와준 책이다.
그러나 다소 억지스러운 부분도 있고, 끼워맞추기나 해석학적으로 접근한 부분이 있어서 아쉽다.
학계에서 관심을 갖는 '양육가설'에 전면으로 반박하고 새로운 화두를 던지기 위한 과정에서
억지스러운 주장과 문장이 나온 것 같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나'를 해석하는 일이나 어린시절의 사건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에 대해
생각해보는 데에 흥미를 느낀다.
주디스의 <양육가설>을 읽으며
'집 안'에서의 성격과 '집 밖'에서의 성격이 다른 나의 모습을 객관적인 관점에서, 그럴 듯한 이유로 생각해볼 수 있었고
나만 그런게 아닌 다른 누구도 그렇다는 점에서 위안을 받았다.
집 안에서는 '부모-나'의 관계에 의해 나의 성격과 태도가 형성됐으니 이러한 나의 모습이 나타나는 것이고
집 밖에서는 '또래-나'의 관계에 의해 나의 성격과 태도가 형성됐으니 또 다른 나의 모습이 나타난 것이다.
'아이를 기른다는 것'에 대해 생각할 이유와 기회가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별점 ★★★☆☆
[ 나누고 싶은 문장 ]
- 가정이란 하나의 균질한 환경이 아니라, 작은 미세환경들의 집합이고 아이들은 각각 자신만의 미세환경 속에서 살아간다.
- 사람은 다양한 사회적 맥락에 따라 각기 다르게 행동한다는 것이다.
- 사회적 행동임에도 불구하고 언어는 다른 사회적 행동과 달리 유전자의 영향에서 자유롭다는 이점이 있다. 친화성이나 공격성 같은 것은 부분적으로 유전의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영어나 폴란드어 사용을 결정하는 문제, 상대에 따라 비속어 사용을 결정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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