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혁신과 시나리오 제작

시나리오 만들기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려면 하고자 하는 일과 방법에 대한 비전을 공유해야 합니다. 따라서 여러 주체가 공유할 수 있는 비전은 사회혁신에 유리한 환경을 만드는 데 필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런 비전들은 아무 노력 없이 저절로 생기지 않습니다. 비전은 여러 주체가 참여한 사회적 대화의 결과입니다.시나리오 만들기는 그 과정을 촉진하는 효과적인 방버 중 하나입니다.

시나리오라는 단어는 여러 맥락에서 다른 의미로 쓰입니다. 여기서 시나리오는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진척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커뮤니케이션 도구, 즉 좀 더 효과적인 공동 디자인 프로세스를 지원하기 위한 도구의 의미로 사용됩니다. 그러므로 여기서 우리는 디자인의 방향을 이끄는 시나리고 즉, 어떤 조건이 이루어진다면 우리 사회와 삶이 어떤 모습일 수 있을까, 무엇을 어떻게 성취할 수 있을까에 대한 비전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시나리오란 현재의 세계와 다른 가능한 세계, 그리고 어떤 이들에게는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는 세상에 대한 비전입니다. 어떤 비전이 허무맹랑한 것인지, 실현 가능한것인지는 그 비전을 성취하기 위해 밟아가야 할 단계, 그리고 그 과정을 지탱해줄 가치를 보여줌으로써 알 수 있습니다. 시나리오가 사회적 대화를 위해 유용한 도구인 이유는 바로 그 때문입니다. 시나리오를 통해 제시되는 아이디어들은 사실 논쟁의 여지가 있는 아이디어들입니다. 시나리오는 여러 대화 참여자가 각자 동의하는 내용과 동의하지 않는 내용, 비전을 실현시키기 위해 실제적으로 해나가야 할 작업에 동의하는지 아닌지 의견을 밝힐 수 있게 해줍니다. 여기서 덧붙일 점은 사회적 대화를 정말로 효과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항상 하나 이상의 시나리오가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 모든 시나리오들이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이자 수긍할만한 시나리오입니다.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불안정하게 계속 변동하는 상황일수록 그 속에서 작동하는 시스템이 복잡할수록 그리고 관련된 주체의 수가 많을수록 의사결정 과정에서 시나리오는 더 유용해집니다. 사실 시스템에 포함된 요소의 수가 많을수록 이런 요소들은 더욱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예측 불가능하며 상황에 따라 급격한 변화가 일어납니다. 따라서 우리가 지칭하는 현실, 그리고 개선하려는 현실에 대한 하나의 모델을 직관적으로 만들기가 더욱 어려워집니다. 더욱이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는 주체의 수가 많을수록 효과적인 진행의 토대가 되어줄 공통의 아이디억나 가치를 정립하기 어려워집니다. 오늘날 상황이 그러하듯 이런 상황이 발생할 때 시나리오는 사람들로 하여금 직관이나 단순한 모델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해줄 뿐 아니라 지각 있는 선택을 하고 공동 지아ls 과정에서각자 자신의 의견을 주장할 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이런 넓은 틀 안에서 시나리오는 특정 디자인 과정에 기여하기 위해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시나리오는 여러 새로운 솔루션을 고안하고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될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이용될 수도 있습니다. 가령 한 지역의 미래나 의료 시스템, 교육 시스템, 교통 시스템처럼 복잡한 사회기술적 시스템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진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이 책의 논의와 좀 더 관련 있는 후자의 경우, 시나리오 만들기는 제가 보기에 굉장히 흥미로운 과정을 통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이미 존재하는, 유망하지만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사례들을 일관성있고 납득하기쉬운 방식으로 소개하는 것입니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2008년 프랑스 생테티엔에서 시도된 시나리오 제작 프로젝트를 사례로 들어보겠습니다. 프로그램의 핵심은 2주 동안 진행된 전시였는데, 당시 전시의 목적은 좀 더 많은 대중에게 생테티엔과 그 외 지역에서 발견한 주목할만한 사례를 보여주고 생테티엔 시민이 이에 대해 토론하고 나아가 그들 스스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광범위한 프로그램의 일부는 프랑수아 제구가 기획하고 진행한 시나리오 제작 과정이었습니다. 이 시나리오 제작 과정은 생테티엔에서 누릴 수 있는 좀 더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이란 어떤 것일까 라는 아주 광범위한 질문에서 시작됐습니다. 이 주제에 대한 토론을 촉진하기 위해 여러 시나리오가 만들어졌는데, 이 시나리오들은 생테티엔에 살고 있는 여섯 가구가 만든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