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혁신의 개념
새로운 문제에 직면할 때 인간은 새로운 해결책을 고안하고 실현하기 위해 자신의 타고난 창의력과 디자인 능력을 활용하곤 합니다. 인류가 혁신한다는 것입니다. 인류 역사를 볼 때 이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오늘날 일상생활 곳곳에서 목격되는 혁신들은 전에 없던 형태로 발생하고 퍼지고 있으며, 여기서는 강력한 힘이 느껴집니다. 이런 혁신의 성격과 확산은 두 가지 중요한 요소가 결합한 결과입니다.
첫째는 일상을 포함한 다양한 차원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의 성격입니다. 둘째 요인은 정보통신 기술의 확산과 그 덕에 가능해진 조직 구성의 변화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문제에 직면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그 속에서 기회와 새로운 해결 방법도 발견할 가능성이 큽니다.
2005년 중국 광시성 류정우에 사는 주민 일부는 일반 시장에서는 질 좋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찾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도심에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외딴 시골 마을에서 여전히 전통적인 방식으로 농사를 짓는 농부들을 발견한 이들은 적은 수입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시골 농부를 돕는 한편 도시에서 안정적으로 유기농 먹을거리를 공급받을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기 위해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게 됩니다. 이 이야기는 김박사가 중국에서의 협동적 서비스에 대한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하면서 수집한 많은 사례 중 하나입니다. 이 사례가 여러 이유에서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회적 기업은 평범한 시민과 농부 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위해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해결책을 고안하고 실행한 사회혁신의 훌륭한 사례입니다.
이 사례는 혁신적인 생산 모델과 경제 모델이 실제로 구현된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이 사례가 제시하는 생산 모델의 바탕에는 생산과 소비 사이에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형성한다는 아이이던가 있는데, 이 모델은 지역적 차원에 기반을 두는 동시에 세계적 차원을 향해 열려있습니다. 이 경제 모델은 다양한 형태의 경제 활동이 공존하고 모두가 승자인 새로운 사회적 경제라는 틀 속에서 작동합니다.
이 기업은 농부 시장에서부터 농산물 협동조합, 그리고 공동체 지원농업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으로 늘고 있는 건강한 유기농 먹을거리에 대한 수요와 농업 문제를 해결하려는 프로젝트들의 훌륭한 사례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늘고 있는 이러한 프로젝트들이 제안하는 것은 새로운 방식의 먹을거리 소비뿐 아니라 새로운 방식의 생산, 생산과 소비의 새로운 관계, 그리고 도시와 주변 농촌의 새로운 관계입니다.
우리 사례를 유심히 살펴보면, 먹을거리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흥미로운 사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경제적, 환경적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이웃 간에 새로운 형태의 유대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서비스를 공유하기로 결심한 사람들, 간단한 물물교환에서부터 타임뱅크나 지역 화폐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방식의 물물교환, 젊은이와 노인이 서로를 도우며 새로운 개념의 복지를 촉진하는 서비스, 도심의 환경과 도시민 간의 관계를 개선해주는 시민들이 만들고 가꾸는 공공 텃밭, 자가용 사용을 줄일 수 있는 대안적 교통수단, 지역 내 자원과 공동체에 기반한 새로운 생산 모델,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공정하고 직접적인 거래 등이 있습니다.
이런 프로젝트들이 지닌 가장 두드러진 공통점은 이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사회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미 존재하는 자원들을 창조적으로 재결합하는 데서 생겨난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공통점은 사회혁신이 무엇이고 왜 생겨나는지에 대한 중요한 정의를 제공해줍니다.
우리는 사회혁신이란 사회적 필요를 충족시키면서 동시에 새로운 사회관계 혹은 협동을 만들어내는 새로운 아이디어라고 정의합니다. 즉, 사회혁신은 사회에 도움이 되는 동시에 사회의 문제 해결 능력을 강화하는 혁신입니다. 이러한 정의에 비추어보았을 때, 사회혁신은 어느 사회에나 존재해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혁신은 여러 이유에서 전례가 없는 모습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그 한편에는 정보통신 기술의 확산과 그로 인해 가능해진 사람들 간의 새로운 관계가 있고, 다른 한편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인식하는 사람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현상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것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오늘날 많은 서방 국가 각 겪고 있는 경제 위기 탓에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소비를 줄이고 좋은 삶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리는 동시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가능하면 어떻게 잘 살지를 배워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한편, 경제가 급성장하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 대부분은 전통적인 사회경제 환경으로부터 근대적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환경으로 급격하게 변화하도록 내몰리고 있습니다. 삶의 방식, 그리고 잘산다는 것의 개념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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