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수 『말이 칼이 될 때』를 읽고...
요즘만큼 혐오라는 단어를 많이 보고 들은 적이 없다.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혐오 공화국이 되었다.
오죽하면 극혐이라는 단어가 유행어가 되었겠는가.
2018년을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익명이라는 무기로 상대방을 마구 할퀴고 혐오한다.
여성이라는 이유, 장애인이라는 이유, 동성애자라는 이유, 아이를 통제하지 못하는 엄마라는 이유, 노인이라는 이유로
끊임없이 혐오하고 혐오당한다.
인터넷에서의 혐오표현은 선동을 조장한다.
온라인이라는 유리막에 갇혀있던 혐오라는 칼과 창은 오프라인으로 슬금슬금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렇다.
이제는 길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해코지 당하거나 생명에 위협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은 세상이 되어버렸다.
홍성수 교수는 『말이 칼이 될 때』 에서 한국사회의 혐오 현실을 날카롭게 꼬집으며 조곤조곤 혐오표현의 해악을 설명해준다.
혐오표현이란 무엇인지, 왜 규제의 대상이 되어야하는지, 규제의 대상이 된다면 강압적인 규제가 왜 위험한지 등
혐오표현의 시작과 끝을 논리적으로 쉽게 잘 설명해주고 있다.
저자인 홍성수 교수가 법학자이다 보니 혐오표현을 법으로 강하게 규제하는 것의 위험성 또한 잘 집어주었다.
단지 " 혐오표현은 사회를 해할 수 있고 공공선을 파괴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법으로 규제해야 해! ’
라는 이유로 법 규제가 이루어질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혐오의 대상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한민국의 ‘혐오’ 분위기는 나를 향한 것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를 향하고 있다고 무심코 지나쳤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은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표현의 자유라는 핑계로 ‘혐오표현’의 해악을 모른 채 한다면 어느 누구라도 사회에서 위협받는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즉, 사회로부터의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는 시작점이 ‘혐오표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혐오’를 주제로 다양한 측면에서 사회문제를 집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좋았다.
또한 2018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여성인 나에게는 매우 의미있고 공감이 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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